중국이 무려 14년 만에 통화정책을 완화(온건)기조로 전환하면서 내년 금리인하 등 추가적 경기부양책 발표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이 온건한 통화정책을 선언한 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1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경제매체 차이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9일 열린 회의에서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 시행을 위해 '적정 완화' 통화정책을 유지하며, 정책도구 패키지를 풍부하게 하고, 비전통적인 경기대응 조정을 강화해 미래 상황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통화정책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적정 완화'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시장에 돈을 더 풀어 경기를 띄우겠다는 거다. 통화정책은 통상 '긴축-적정 긴축-안정적(중립적)-적정 완화-완화'의 다섯 단계로 이행된다. 그리고 중국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천명했던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7년 말 경제성장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2008년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설정했었다. 그러나 2008년 9월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국에도 직접적 타격을 주자 즉각 '완화'로 전환했다. 이는 2010년까지 지속됐고, 중국은 2011년에야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전환, 최근까지 유지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로 전환한 건 현 경제상황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직후에 준할 정도로 엄중하다고 진단했다는 의미다. 중국 광카이 산업연구소의 리안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내 환경의 관점에서 볼 때 거시경제 및 금융지표가 약하고 추가적 통화 정책 지원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중국의 통화정책이 이미 완화 기조에 접어든 상태라는 진단도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인민은행이 11월 8일 발표한 3분기 통화정책 시행보고서를 보면 '우호적 통화정책 기조를 확고히 견지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는 안정적 통화정책을 언급했던 이전 보고서와는 분명히 다른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11일 개막할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정부는 올 초부터 다양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통해 경기부양에 안간힘을 써 왔다. 2월엔 춘제(음력 설) 연휴를 앞두고 지급준비율을 50bp(0.5%포인트) 인하했고, 7월 18일 폐막한 3중전회(공산당 20기 3차 전체회의) 이후엔 부동산 부양 정책 조합을 시작했다. 같은 달 말엔 사실상 기준금리인 LPR(대출우대금리) 1년만기와 5년만기물을 각각 10bp(0.1%포인트)씩 내렸다.
중국 정부의 부양의지가 공식적이고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 9월부터다. 9월 24일 인민은행 등이 경기부양을 위한 금융패키지를 발표하며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와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됐다. 은행 지준율을 다시 50bp 내렸고, LPR도 곧바로 25bp씩 추가 인하됐다. 시장 유동성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내수부진에 따른 중국 경기 하강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연이어 중국에 대한 경제압박 확대 의지를 밝히고 있다.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더해지며 내년 중국 정부가 금리 인하 등을 추가로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일치한다. 얼마나 인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화타이증권 이아오 수석거시이코노미스트는 차이신에 "현재의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과 추세 이하의 명목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고려할 때 중국은 내년 초 금리를 20bp가량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추가 금리인하와 지준율 인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반면 광둥증권의 나지헝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동성 안정성 유지를 위해 지준율과 금리를 각각 50bp씩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주택매매가 가능하도록 저가 주택 공급을 늘리고 주식 환매 및 재대출 등 구조적 통화정책 도구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상인연합 동시마오 수석연구원 역시 큰 폭의 금리인하를 전망했다. 그는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내년엔 지준율과 금리를 최대 50bp가량 인하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은 이와 별도로 국채매입과 역환매 매입 등 다양한 파격적 완화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인하와 함께 보다 광범위한 경기부양책이 동시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 수석연구원은 "통화정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조세, 산업, 고용정책을 가속화해 통화정책과 조화시켜 시너지를 내고 경기회복 촉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