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서울 시내의 한 화장품 매장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세계 각국이 내린 한국 여행 주의보·경보에 관광·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줄었던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고 있고, ‘케이(K)-뷰티’의 상승세까지 탄 상황에서 ‘안전하다’는 한국의 대외 이미지가 손상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불안정에 따른 급격한 환율변동도 면세점 업계 등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5일 한겨레 취재 결과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취소나 이로 인한 매출 타격은 바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날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여행) 수요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예약) 취소가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동남아 지역 관광객 수요가 많은 롯데호텔 관계자도 “최근 취소 건이 통상 매일 발생하는 수준을 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보기 힘든 ‘계엄령 발동’이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에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찾은 관광객 ‘놀이터’로 떠오른 씨제이(CJ)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등은 한국으로 향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줄어들지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해외여행은 하루 이틀이 아니라 일주일 단위로 계획해서 관광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으로 영향을 따지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상승기를 타고 있는 케이 뷰티 산업에 끼칠 영향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의 올 상반기(1∼5월)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2% 늘었고, 다이소 전체 매장의 1분기 해외 카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다. 내수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관광객 등 외국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는 것이다.
주요 국가들은 비상계엄이 지난 4일 새벽 해제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자국민에게 향하는 주의보를 거두지 않고 있다. 영국 외무부와 주한 프랑스 대사관 등은 “정치적 시위를 피하라”고 권고했고, 이스라엘 외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 경고를 발령했다. 미국 국무부는 한국 여행 권고 수준을 기존의 1단계(일반적인 사전 주의 실시)로 유지해놨지만, 미 대사관은 영문 누리집에 경보를 띄워 “시위 현장을 피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환율은 코로나19 유행 뒤 불황의 늪에 빠진 면세점 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계엄 후폭풍으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143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1410원대에 머물고 있다. 면세점은 달러 기준으로 상품을 팔기 때문에 고환율이 지속되면 상품 매입 부담이 늘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달러가 오르면 면세품 수요가 줄고, 직매입으로 외산품을 사는 비용도 커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