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치솟은 환율 충격이 전국 휘발유 가격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7일 연속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환율이 연내 1500원 선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데다 국제유가까지 상승세로 돌아선 만큼 제조 원가의 상승이 우려된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일 대비 리터당 0.78원 상승한 1646.14원을 기록했다. 경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전일 보다 리터당 0.97원 오른 1478.05원으로 나타났다.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 모두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7일 연속 하루도 빠짐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간 기준으로도 10월 셋째 주부터 이번주까지 9주 연속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치솟은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기름값 상승폭을 확대시킨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장중에 1439.3원까지 올랐다. 이는 종가 기준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의 치고치다.
국내 정유회사는 원유 수입 시 통상 달러를 사용해 가격을 치른다. 원달러 환율 변동은 직접적으로 원유의 수입 비용에 영향을 미치고, 환율 변화 등에 따른 생산비 변동을 국내 석유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분야에서의 제조 원가 상승은 물론 소비자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지는 수순인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정치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킹달러가 결국 수입 물가를 자극해 고물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국제유가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로 인해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했으며,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통화 정책 완화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기준 이날 두바이유는 전일 대비 0.04% 오른 71.77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1.4% 상승한 배럴당 72.14달러, 미서부텍사스원유(WTI)는 1.7% 오른 68.37달러에 마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입 재료의 가격 상승은 생산 비용을 증가시키고 결국 제품의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급격한 환율 변동은 실시간으로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정유사들이 비축분을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변동성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운다면 최종 소비자 가격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판매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박한나 기자(park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