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가운데 정치적 혼란 장기화로 원화 가치와 증시 추가 급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모여있다. /사진= 나영찬 기자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발된 이후 첫 거래일인 9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9% 오른 1437원에 마감했다. 원화 가치가 올해 처음으로 1430원을 돌파한 것이며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2% 이상 떨어져서 이 기간 동안 아시아 신흥국 통화 중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원화 가치가 추가 하락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450원을 돌파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코스피도 전 거래일보다 2.8% 하락한 2360.58에 장을 마치며 올해 처음으로 2400선이 깨졌다. 코스닥은 5% 이상 하락해 2020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 매도세는 한풀 꺾였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패닉 셀'을 이어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와 한국 기업들이 지난 주말 탄핵소추안 가결에서 살아남았지만 윤 대통령의 거취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그의 측근들이 대통령직에서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면서 투자자들이 교착 상태 장기화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교착 상태는 시장에 최악의 시기에 발생했다"며 "계엄령 사태 이전에도 코스피 지수와 원화가 올해 들어 아시아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고 짚었다.
경제·금융당국은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면서 최대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등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에서 "주식시장과 관련해 밸류업 펀드 중 300억원이 이미 투입됐고, 이번 주에 700억원, 다음 주에 300억원이 순차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법무부가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언급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 금융 당국자들이 매일 회의를 열고 있지만 누가 한국을 이끄는지에 대한 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컨트롤리스크의 안드류 길홀름 중국·한국 분석 책임자는 "그 누구도 명확하게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인터치캐피털마켓의 션 캘로우 수석 외환 애널리스트는 경제 당국의 개입으로 원화의 즉각적인 손실을 줄일 수 있더라도 "탄핵 표결 실패에 대한 실망감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버티고 국민의힘이 그를 탄핵으로부터 보호하는 한 시장은 정치적 마비에 대해 두려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산운용사 롬바드오디에르의 이호민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시장은 헌정 위기 장기화 가능성과 더불어 여당이 제시한 새로운 제안의 합법성,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정부의 능력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이날 메모를 통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조기 대선을 통한 질서 있는 전환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러한 과도기적 조치의 기간, 범위 및 세부 사항이 더욱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리스크가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며 2025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컨센서스보다 낮은 1.8%로 유지했다. 또 국민연금공단이 해외자산에서 국내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 원화 약세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경미 기자(kmchoi@bloter.net)